광고천재 이제석 - 내용에서 일부 발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판이 불리하면 뒤집어라!”
그 판에 억지로 적응하느니 판을 바꾸려고 노력하자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주어진 내 모습을 바꿀 수 없다면 내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 사는 방식도, 창의력도 팍팍 터진다. 결승점을 바꿔버리면 꼴찌로 달리는 사람도 일등이 된다. 판이 더럽다고 욕할 시간에 새 판을 어떻게 짜고 그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나는 죽어라고 고민해보려고 한다.
_프롤로그
“뭐 할라꼬 그래 큰돈 들이쌋노? 10만 원이면 떡을 칠 긴데.” 명함집 아저씨 말에 국밥집 주인도 솔깃하는 눈치였다. 자존심이 와장창 무너졌다. 마음 같아서는 국밥 그릇을 그 방해꾼 머리에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억울한 건 잠시뿐이었다. 내가 찌라시 아저씨와 크게 다를 것도 없지 않은가? 대졸과 고졸의 차이? 이 바닥에서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누구는 쌔가 빠지게 일해서 달랑 30만 원 받고 누구는 선 하나 찍 긋고 30억씩 받아먹는다. 그게 말이 되는가? 나는 세상에 머리털 내민 이상 뭐라도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아무한테도 괄시받지 않는 사람이 되자. 2등 없는 1등 말이다. 그 길로 나는 세계 최고 광고쟁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좋다, 미국 가자. 못 먹어도 고다. 이왕 가는 거 뉴욕으로 가자!” 그렇게 불쑥 결정했다.
_내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 12
“포토샵으로 해오지 말란 말이야!” 뭐 이런 교수가 다 있나 싶었다. “한 번 보고나 던지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동양 학생, 특히 한국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잘 드러내려고 포토샵을 하거나 스케치에 정성을 들인다. 그게 숙제를 해가는 학생의 도리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미국 교수들 생각은 달랐다. 빈약한 아이디어를 포장하는 사기, 혹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긴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금발의 여학생 작품은 히히덕거리면서 반 시간씩 비평을 해주면서 내가 들고 간 아이디어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휙 던져 버리거나 욕설을 퍼부었다. 매주 새로운 욕설을 기대하며 그렇게 1년 반이란 세월이 흘렀을 때였다. 그 망할 놈의 ‘버럭 교수’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처음으로 칭찬 비슷한 걸 했다. “제석, 넌 더 잘할 수 있잖아? 요즘 왜 이래?” 그 말 한마디에 내 심장이 다시 뛰었다. 그동안 그는 나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_포샵하지 말란 말이야 39-40
건물 위로 삐죽 솟은 굴뚝을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 눈에는 총알이 튀어나가는 총열로 보였다. 눈에 뭐가 씌어도 단단히 씐 거다. 헛것을 자주 보는 체질이랄까? 그 덕에 내 광고 인생을 180도 바꿔 놓은 ‘굴뚝총’이 만들어졌다.(…)이 작품에는 흔하디 흔한 이미지뿐이다. 총도 굴뚝도. 하지만 둘의 조합은 결코 흔하지 않다. 나는 특이하거나 새로운 이미지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건 어차피 잊혀진다. 그저 정직하고 단순한 게 좋다. 그래야 안 질린다. 70대의 이모 할머니도, 12살짜리 내 조카도 좋아한다. 아마 내 작품은 100년이 지나도 낡은 것처럼 보이지 않을 거다. 나는 100년을 내다보고 작품을 제작한다. 그러자면 단순해야 한다. 그게 진리다. 진리는 단순하다.
_굴뚝도 총이 될 수 있다, 61-65
솔직히 말해 나는 좀 투덜대는 편이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못 참는다. 비상식적으로 설쳐대는 사람에게는 욕을 해준다. 뉴욕에 살 때도 내 특유의 선천성 만성 불만증은 툭하면 도졌다. 한번은 곪을 대로 곪은 것이 뉴욕 지하철 역에서 제대로 터졌다.(…) 그날 지하철을 빠져나와 계단을 오를 때였다. 내 앞에서 하마처럼 뚱뚱한 흑인 할머니가 증기기관차처럼 푹푹 숨을 내쉬면서 간신히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등에 매달린 커다란 백팩 때문에 나도 숨을 헐떡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중이었다. 마치 등산을 하는 것처럼! 그때 나도 모르게 저절로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장애인은 어쩌라는 거야? 에스컬레이터도 없는 판에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가 있을 리가 없겠지? 지하철역 계단이 히말라야나 마찬가지구만!’ ‘어, 뭐라고? 히말라야라고?’ 뭔가가 머릿속에서 파박했다. 그러고 보니 장애인에게 뉴욕의 지하철 계단은 히말라야보다 더 험한 길일지도 모른다. 여느 때처럼 가방에서 아무 중이나 꺼내 펜으로 슥슥 스케치했다.(…) 역시 ‘불만은 영혼을 일깨운다’는 이제석의 크리에이티비티 법칙이 맞았다 아닌 게 아니라 부조리한 상황을 보면 ‘에이 씨, 왜 이딴 식이야!’ ‘이걸 어떻게 해결해주지?’ 하고 투덜대다 작품을 짤 때가 많다. ‘불만은 발명의 어머니’란 구호와 맥락이 비슷하다.
_불만은 크리에이티비티를 낳는다, 78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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