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20년 호황 끝났다… 실적 악화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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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늘어날 여지 없는데 무료문자·통화 서비스 때문에 1인당 통신비는 감소세… 통신산업 침체, 세계적 추세
돈 안되는 사업 대거 취소하고 렌터카 등 업종 다양화 모색
SK텔레콤의 하성민 사장이 최근 전체 임원 회의에서 "3분기 실적이 최악(最惡)으로 가고 있으니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심각한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 사장의 발언 직후, SK텔레콤은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인 데 이어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을 대거 취소했다. 신규 사업도 수익성 재검토에 들어갔다.
1990년대 초반 이후 20년간 호황을 누려온 이동통신 산업이 성장세가 꺾였다. 주된 수익원인 음성통화·문자메시지 사용량이 줄어드는 데다 신규 서비스인 무선 인터넷은 규제 때문에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SKT뿐 아니라 KT와 LG유플러스도 사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탈(脫)통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통신 파티는 끝났다
현 재 우리나라 휴대전화 가입자는 5100만명. 전체 인구보다 많기 때문에 앞으로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여지가 없다. 더 큰 위기는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사용량 자체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180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무료 문자 서비스가 가능한 카카오톡은 물론이고 페이스북·트위터 등을 통해 안부를 주고받는다. 스마트폰을 늘 끼고 살지만 정작 통신사에 돈을 벌어주는 전화 기능은 덜 사용한다는 말이다.
휴대폰을 통한 문자메시지 이용 건수는 1년 만에 20%가 줄었다. 올 2분기 국내 통신 3사의 문자메시지 발송량은 250억건. 작년 2분기 312억건보다 62억건이 감소했다.
소 비자들은 건당 20원인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대신 카카오톡 같은 무료 메신저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은 2000만명에 달한다. 이를 통해 오가는 문자메시지는 하루 평균 6억건. 통신사들로서는 매일 120억원의 문자 사용료 매출이 날아가는 셈이다. 다음 '마이피플', NHN '네이버톡' 등 다른 메신저까지 포함하면 손실이 더 커진다.
음성 통화량도 줄고 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가입자 1인당 통화량이 크게 줄어 비상이 걸렸다"며 "외부에 알려지면 회사 주가가 추락할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투자비는 계속 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통신망 투자에 2조3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작년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버는 돈은 주는데 드는 돈만 많아지는 것이다.
이 동통신 산업의 침체는 국내 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오범은 "스카이프·바이버 같은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한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지난 20년간 전 세계 통신업체들이 누려온 황금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오범은 유럽 통신시장의 경우 성장은커녕 현재 1930억달러(약 228조원) 규모에서 2016년엔 1860억달러(약 219조원)로 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렌터카·반도체 등 돈 되는 건 다 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는 "앞으로 2년 내 전 세계 통신업체 중 75%가 급감하는 이익률과 늘어나는 통신망 투자 부담 탓에 경영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 장의 한계에 부딪힌 통신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KT는 "통신만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부동산 개발, 렌터카 사업을 하는 것도 그렇고 SK텔레콤이 반도체업체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통신망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인터넷 업체나 전자회사에 사용료를 물리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의 이형희 전무는 "구글처럼 엄청난 수익을 내는 글로벌 기업이 우리 통신망을 이용해 돈을 벌면서도 돈 한 푼 내지 않는 '무임승차(free riding)' 행위를 하는데, 언제까지 인정해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인터넷 기능을 내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스마트TV 제조사에 대해서도 통신망 사용료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KT 김희수 상무는 "아무리 도로(통신망)를 확충해도 100t트럭이 수시로 왔다갔다하니 도로가 남아나질 않는다"며 "수익을 내는 업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전자업체들은 "가입자들이 이미 통신사에 데이터 요금을 내고 있는데 우리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맞서고 있다.
[성호철 통신·미디어팀장 sungho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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